당신이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하는 이유

당신이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하는 이유

 

정신과 약은 나를 옥죄는 족쇄 같다.

나는 멀쩡한데, 나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것 같다. 

아니다.

 

당신이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당신이 모자라거나 이상한 사람이라 먹는 게 아니다. 당신의 힘든 마음에 안정을 주기 위해 당신은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한다. 제대로 된 약과 복용법은 분명 당신의 힘든 마음이 더 빠르게 회복되게끔 도와준다. 방향성을 알려준다.

 

나 또한 예전에 한창 병세가 심할 때는, 약을 먹는 게 너무나도 끔찍하게도 싫었다. 매주 병원에 가야 하는 것도 싫었고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약을 챙겨 먹는 것도 곤욕이었다. 약을 먹으면 피곤하고 쳐지는 것도 너무 싫었다. 이 의사는 대체 나한테 이 약을 왜 먹이는 거지? 의사를 불신하기도 했다. 한 번은 약을 먹기 싫다고 의사에 대놓고 말했다가 의사랑 싸운 적도 있었다. 싸웠다기 보단 혼났지. 그때 의사 선생님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지금 전혀 논리적이지 않아요, 약을 줄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제게 논리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처음에 난 횡설수설하며 의사에게 다짜고짜 약을 먹고 싶지 않다고 했었다. 그러나 저 말을 듣고 머리를 한방 얻어맞곤 의사 선생님에게 대답했다. "약을 먹으면 너무나도 피곤하고 잠이 쏟아져서 더 짜증이 나고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약을 바꾸거나 줄이고 싶어요." 의사 선생님은 내 말을 듣곤, 그런 이유라면 약을 얼마든지 줄여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 그 약이 더이상 맞지 않는다고 하며 다른 필요시 약을 주었다. 

 

그 후부터 나는 약을 먹을 때, 이 약을 먹고 내 몸이나 정신이 어떤 반응이었는지를 기억하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에게 가 최근엔 이런 기분이고, 최근에 내 몸상태는 이렇다고 구체적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의 병(?)은 빠르게 호전되기 시작했다.

 

이래서 정신과 치료를 할 때 약물 복용은 필수요, 인지 치료도 같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인지치료란 환자 스스로 생각(인지)을 조절하여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심리치료 방법이다. 잘못된 생각을 찾아내고 분석하여 교정하는 치료방법이라 말할 수 있다.

내 주변에는 아직도 자기 멋대로 약을 복용하는 환우들이 많다. 그들은 나보다 더 오랜 기간 마음의 병을 앓기도, 아니면 나보다 늦게 마음의 병을 갖게 된 사람도 있다. 그들이 어떤 마음인 지 너무나도 알지만, 그래서 더 착잡하고 안타깝다. 힘든 거 빨리 낫게 하려고 약을 먹는건데, 왜 자기 멋대로 약을 안 먹고, 자기 멋대로 약 복용법을 바꾸는 걸까?

 

마음의 병은 환자들이 너무 쉽게 자기가 자기 마음을 컨트롤 할 것이라 생각해 치료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왜 몸에 염증이 나면, 가령컨데 장염이나 위염에 걸리면 의사가 주는 약 꼬박 꼬박 먹으면서.. 약이 안 맞아 낫지 않으면 병원을 옮겨서라도 치료 받으면서, 대체 왜 정신과 약은 꾸준히 먹지 않는 거야..

 

일단 당신의 생각을 바꿔라, 당신이 약을 먹는 이유는 당신의 마음이 좀 더 편해지기 위해서다.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다면 의사에게 정확하게 당신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말을 하라.

섣부르게 본인이 결정해서 약을 중단하거나 조절하면 병은 낫지 않고 더 악화된다. 도돌이표다. 

 

- DMEN